하지만 영화 '황진이'의 황진이는 너무 유약하고 청순하기만한 지고지순한 순정파였습니다. '놈이'라는 캐릭터의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습니다. 평소 생각해온 황진이와는 너무나 다른 황진이였습니다. 누구의 황진이가 맞냐 틀리냐는 가려내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영화 '황진이'의 황진이는 그동안 자주 보아온 청순가련 캐릭터의 뻔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황진이'의 무엇을 보여주려는 영화였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춤도 아니고 여류문인으로서의 출중함도 아니었습니다.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이기는 하나 여주인공의 이름을 그냥 '황진이'에서 빌려왔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황진이'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인물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사건도 사실 황진이의 '사건'도 아닙니다. 황진이의 위기가 아닙니다. 영화 제목을 인물 이름 세글자로 자신있게 박아 놓았다면 모든 중심에는 '놈이'가 아닌 '황진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눈물만 보이는 연약한 여인네가 아닌 강단있고 총기있는 여인 황진이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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