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에 해당되는 글 10

  1. 2006/06/19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6)
  2. 2006/04/19 프랑스 중위의 여자 * 존 파울즈
  3. 2006/04/06 새의 노래 * 시배스천 폭스
  4. 2006/03/29 전망 좋은 방 * E.M. 포스터 (8)
  5. 2006/03/25 푸코의 진자 * 움베르토 에코 (16)
  6. 2005/10/19 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 존 르카레 (4)
  7. 2005/09/10 두 해 여름 * 에릭 오르세나 (8)
  8. 2005/08/08 곤두박질 * 마이클 프레인 (4)
  9. 2005/04/13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10. 2004/12/15 그리스 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1)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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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어 본 책을 일 년이 지난 뒤 다시 읽어 본 것 뿐인데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처음 읽었을 때 기억에 남은 게 하나도 없었나 보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은 처음에도 그랬지만 두 번째 봤을 때도 마찬가지로 짜증과 낭패감을 안겨주는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소득이 있었다면 이제 이 책에 담긴 줄거리는 절대 잊지 못할 거라는 것과 아주 조금 퍼즐이 맞춰졌다는 거다. 내가 이해하고자 한 건 책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아주 소박한 목표였다. 줄거리라도 이해하자. 그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한 듯 싶다. 하지만 ‘뉴욕 3부작’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정말 모르겠다.

‘뉴욕 3부작’은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처음 두 개의 이야기는 읽으면 줄거리 자체는 이해 되겠지만 연관성은 찾기가 어렵다. 마지막 이야기인 <잠겨 있는 방>을 읽어야 비로소 이 내용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어떤 사연이 담긴 얘기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세 이야기는 전개방식이 비슷했다. 쫓는 자, 쫓기는 자, 하지만 쫓는 자의 시각에 이야기는 맞춰졌고 각 단편에서 탐정의 역할을 했던 주인공들 세 명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뿌리는 마지막 이야기인 <잠겨 있는 방>이었다. 그것이 실제 일어난 일이었고 앞선 두 이야기는 <잠겨 있는 방>을 모티브로 쓰여진 잠겨 있는 방의 ‘나’가 쓴 소설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혹시라도 읽으실 분들을 위해 가려둔다. 밑에 이어진 내용정리는, 읽는데 고생한 나를 위한 내용정리가 되겠다. 혹, 책을 읽지 않으신 분은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가능성이 많다.^^;;

내용 정리



뉴욕 3부작은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울하고 고독한 책이다. 폴 오스터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 책을 읽은 건 조금 후회되는 일이다.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운 책을, 섣부르게 읽었다가는 낭패보기 쉬운 책을 너무 쉽게 집어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폴 오스터의 작품은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을 이제 두 권째 읽은 거지만 어쩐히 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너무 안락해 보이고 편해보이기 까지 하다. 처음엔 평범한 일상을 살았던 주인공들이 우연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에 의해 점점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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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 * 존 파울즈

영국이 가장 잘 먹고 잘 살던 시기인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게 되는 두 연인이 등장하죠. 영국의 작은 도시 라임에서 찰스는 약혼녀인 티나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 오릅니다. 그리고 찰스가 문득 방파제 쪽을 돌아봤을 때 그녀가 보였죠. 티나는 그녀가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고 말해줍니다. 프랑스 중위하고 그렇고 그런 여자였는데 늘 이 절벽에 나타난다고. 그렇게 찰스와 사라는 스쳐지나가듯 만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대로 만난 건 아니지만요.하지만 자칭 아마추어 과학자인 찰스는 화석을 주으러 그 절벽에 나오는 일이 잦았고 다시 한 번 마주친 사라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신사의 의무로 그녀를 동정하지만 점차 그 느낌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으로 발전하죠. 하지만 그들은 신분의 차이도 있었고 무엇보다 시대는 빅토리아 시대입니다. 모순 투성이인 도덕적인 관습들이 미덕(상류층)으로 평가받는 때였죠.

작가인 존 파울즈는 찰스라는 인물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추구하는 인생은 안정적으로 묻어가는 삶이 아니었을지. 그에 반해 사라는 조금 다릅니다. 그녀는 일단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였고요, 라임에서 오해를 받으며 살고 있죠. 사라라는 이름보다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고 불리는 여자죠. 찰스도 마찬가지고 책을 읽는 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도 그녀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으니까요. 하지만 찰스는 그녀와 얘기를 나누며 그녀를 오해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 짐작하지만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거예요. 풍요로운 빅토리아 시대에 물든거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안타까웠던 건 그런 찰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런대로 시대의 혜택을 받는 상류층 사람이니까요. 저는 오히려 자꾸 오해만 받는 사라가 눈에 밟히더라고요.  

작가는 종종 분위기를 잡으며 엑스트라로도 출연해요. 중간중간 나와서 읽는 독자를 자꾸 부르죠, 이 소설이 메타픽션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는 이 소설이 일정한 흐름대로 흐르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하죠. 이 소설은 그래서 결말이 다양해요. 제일 제 마음에 들었던 건 두 번째 결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부분이지요, 그 후에 강둑 난간에 서서 흐르는 강을 불길하게 바라보는 작가가 다시 등장해요. 마치 저승사자 같았어요. 그리고 슬픈 결말로 독자를 이끕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결말들이죠. 하지만 저는 둘이 이루어진 거에 한표 던질래요. 빅토리아 시대가 안고 있는 시대적인 허울허식과 마땅히 사라져야할 편견을 극복한 결말이요. 그게 그 둘에 제일 어울렸던 결말이라고 생각할랍니다. 그래도 제일 애틋했단 말입니다.

덧, 저는 눈썹 짙고 야성미 풍기고 갈색머리로 묘사되는 사라를 보며 브룩 쉴즈가 떠오르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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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노래 * 시배스천 폭스

영국의 한 섬유회사에서 근무하던 청년 스티븐은 출장차 머물렀던 프랑스 아미앵에서 이사벨을 만나고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이사벨은 유부녀로 그들의 사랑은 현실이라는 장애에 부딪치게 된다. 결국 사랑을 선택한 이 연인들은 모든 걸 포기하고 함께 떠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이사벨은 스티븐의 곁을 떠난다. 그 후로 6년 뒤인 1916년, 프랑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상실감을 회복하지 못한 스티븐은 영국군으로 전쟁에 참전한다.

'새의 노래'는 전쟁과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처음은 전원적이고 평화롭다. 스티븐이 사랑한 연인은 유부녀였지만 그들의 사랑은 진실했기에 그것 자체로 아름다웠다. 특히 85페이지 두번째 문단 "붉은 방으로 와요"에서부터 시작돼서 90페이지 끝까지 이어지는 둘의 애틋한 정사씬은 첫번째 챕터의 압권이었다! (^^a)

두번째 챕터부터 펼쳐지는 전쟁의 참혹함은, 참전한 스티븐의 시선을 통해 전해진다. 상실감과 절망감을 안고 전쟁에 참전한 스티븐에게  전쟁은 고아로서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탈출구였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기에 그는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고 비정상적인 현실에 지쳐갈 때 쯤, 스티븐의 눈에 점점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그전까지는 느끼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인간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외면하고 싶었고 가치없이 느껴진 한없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인생의 소중함을, 그가 가진 목숨의 가치를 알게 된다. 모든 게 절망적이고 비참한 참상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는 벼랑끝 같은 그 전쟁터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관심없이 느껴졌던 동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이 저 먼 고국에 남기고 온 인간다운 삶을 인정하게 되면서 살아야하는 이유와 살 수 있는 희망을 보게 된다. 그렇게 전쟁은 스티븐을 변화시킨다.

'새의 노래'는 리얼하다. 전쟁의 참상과 그 전쟁에 임하는 인간의 마음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잔인하지만 그게 전쟁이 가져다 주는 현실이었다. 전쟁소설이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전쟁터에 있는 군인을 군인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으며 아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저 멀리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 끈이 연결돼 있었으며 단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종전이 임박할 때쯤, 죽여야만 하는 대상으로만 나오던 적국인, 독일군의 영국군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을 그려주면서 죽일 놈은 존재하지 않았음을, 결국 인간과 인간이 무의미한 살육전만 계속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니었을지.

소설 '새의 노래'에는 전쟁을 하는 이유따위는 나와있지 않다. 어느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념도 정치논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누가 이기든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이 지겹고 의미없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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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방 * E.M. 포스터

모든 것은 조지의 루시를 향한 기습적인 키스에서 시작됐다. 그 사건은 요조숙녀인 루시를 감정의 혼란 속으로 몰아 넣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상황을 볼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전에 이미 조지와 루시에게 무언가 일어났음을, 그게 사랑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기에 나는 루시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까지 기다려 보련다. 그녀는 아직 모른다. 그녀와 조지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순진한 루시가 선택한 건 떠나는 것이었다. 여행지인 피렌체에서, 조지와 처음 만난 베르톨리니 펜션에서, 전망 좋은 방에서.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난다. 게다가 이건 작가가 작정하고 쓴 러브스토리가 아닌가. 조금만 인내력을 발휘하면 저 둘은 다시 만날 것이다. 도망치듯 떠난 루시였지만 조지를 다시 만난다면 다시 감정의 혼란을 느낄 것을 안다. 사랑이란 눈에 안 보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불덩이같아서 불쏘시개만 만나면 다시 활활 타오른다.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다.

그 사람의 나쁜 점만 보려하고 일부러 그를 오해하고 싶다. 그를 왜곡하고 싶다. 나와는 상관없는 저 외딴 곳으로 그를 밀어 넣고 싶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울타리는 부드럽고 약해서 감정의 아주 조그만 틈이 보이면 사정없이 밀고 들어온다. 루시가 실수한 건 세실이라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가 조지와 루시가 다시 만나는 다리 역할을 할 줄이야. 신의 장난인지 신의 선물인지 루시는 혼란스럽다.

루시는 좀 더 약아질 필요가 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가 무엇인가.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다른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지 않았는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루시의 잘못이다.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 조지와 루시는 이미 서로에게 운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꿈꾸는 사랑의 해피엔딩이 이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일단 숨을 좀 몰아쉬자. 쉴새없이 책장을 넘기며 밤을 샜더니 조금 피곤하다. 모닝커피 한 잔으로도 이 피곤함은 가시지 않는다. 나는 이미 몇시간 전 책장을 덮고 이 연인들과 작별을 했다. 하지만 난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조지와 루시는 저 '전망 좋은 방'에서 영원히 행복할 거라고. 그리고 아주 부산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싶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졌다고! 바라던 대로 이루어져서 내 마음은 지금 너무 기쁘다고.

포스터의 문장은 아름다웠다. 급하지 않고 천천히 돌아가는 그의 사랑에 대한, 인간의 마음에 담긴 감정의 묘사,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지만 내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가 담아준 글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간직하고 싶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감정이란 그런 거다. 그가 보여준 것처럼, 처음부터 확실하지가 않다. 사랑도, 미움도, 원망도 아주 천천히 마음속에 드러나는 거다. 처음부터 알 수 없는 거다. 그의 느림이 좋았다. 그래서 더욱 와 닿았나 보다.

포스터의 예정된 전집이 다 나왔다. 내가 기다릴 필요가 없이 이제 그들이 나를 기다려야 한다. 심술을 좀 불이고 싶다. 좋아하는 감정을 너무 쉽게 그들에게 들켜버리고 싶지 않다. 내 감정을 조금 알 것 같으니 살짝 튕기고도 싶다. 그래야 그들과 내가 연결된 끈이 더 단단해 질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때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살짝 약을 올려줘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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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움베르토 에코

지난 1월말에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구입하고 얼마전에야 책을 다 읽은 마빈씨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많이 초췌한 모습인데요, 소감 한 번 들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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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책을 붙잡고 계셨다는데 대략 기간이 어느정도 걸리셨는지요?
지난 3월6일부터 읽기 시작했으니깐, 대략 20일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꽤 긴 시간을 저와 함께했군요.^^

어떤 계기로 책을 구입하시게 됐죠?
지금도 그 인기가 여전한 '다 빈치 코드'라는 책을 읽어보면 가장 핵심 키워드는 성배였죠. 성배는 무엇이냐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의 책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중세시대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는 호기심이 막 생깁니다. 너무 신기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서양역사에서도 재밌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건들이 정말 무궁무진 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주로 중세와 관련해서 역사추리소설을 쓴 에코의 책들을 좋아했습니다. '푸코의 진자'는 겉모습의 디자인도 무게감이 느껴졌고요. 에코의 팬임을 자처하기 때문에 꼭 읽어야 되는 책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에코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음.. 그는 정말 아는 게 많은 사람입니다. 도대체 그의 머리속에 몇명의 인간들이 살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범상치 않은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통해 그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에코의 책은 읽는다기 보다는 도전해본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사실 굉장히 현학적이고 무게감이 있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읽다보면 인내력이 필요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 성취감이 그만큼 큽니다. 아마도 책이 어렵기 때문이겠죠.

책을 읽으면서 이런 점은 힘들었다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겠어요?
너무 너무 생소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발음하기조차 힘든 라틴어들이 많이 나와서 그점이 지치더군요. 부담스러운 각주도 많고요. 그래서 이 책은 처음엔 각주 무시하고 순수한 텍스트만 읽고 나중에 두 번째 읽을 기회가 온다면 각주까지 읽으면서 다시 '공부'한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읽는다는 건 너무 어려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힘이 많이 듭니다. 무엇보다 내용이 눈에 잘 안들어왔고 줄거리가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것은 대망의 3권에서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더군요. 그 전까지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 책은 어떤책이다라고 간략한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성당기사단에 대한 이야기이죠. 공정왕 필립에 의해 와해된 성당기사단이 그 후로 어떻게 됐을까라는 게 핵심이죠.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세명의 주인공인 까소봉, 벨보, 디오탈레비, 이 세 사람은 성당기사단이 그 후로 어떻게 됐을까 추리해서 책을 내기로 하죠. 하지만 성당기사단의 후예들임을 자처하는 집단들이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위험이 닥칩니다. 아직 찾지 못한 성배가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도대체 그 성배가 어디에 있고 무엇인가라는 수수께끼로 다시 옮겨집니다. 그 후에는 또 성배와 지도에 대한 얘기가 계속 전개되지요. 줄거리를 단순하게 얘기하는 것도 상당히 힘든 책입니다.

번역은 잘 돼있던가요?
사실 번역에 어려움이 많았을 책이라고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초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타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책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단어들에 오타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왜 그렇게 썼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궁금한 오타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번역하기 까다로웠던 이 책을 번역해주신 이윤기 선생님도 많이 힘들었겠죠. 전반적으로 제대로 교정되지 못한 오타빼고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각주도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신 것 같았고요. 

이건 아주 중요한 질문인데요, 혼자 질문하고 대답놀이 하는 건 어떠신가요?
질문하고 대답하는 게 생각이 잘 트이지 않을 때 많은 도움을 줍니다. 반대로 이렇게 까지 해서 감상을 남기는 이유는 오죽했으면이라는 느낌도 들겠죠. 얼마나 생각이 잘 안났으면 이럴까라는.. 하지만 종종 공부할때도 그렇고 머리속에서 정리가 잘 안될 때 이런 식으로 질문카드를 만들면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끝으로 앞으로 '푸코의 진자'를 읽을 예비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에코의 대한 애정없이는 읽기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보다는 장미의 이름이 훨씬 재밌죠. 아마 '푸코의 진자'를 읽게 되면 '장미의 이름'이 더욱 돋보일 것 같습니다.
 
이상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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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 존 르카레

1960년대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이 심했던 그 때에 영국정보부를 무대로 한 스파이 소설이다. 권력다툼에 진 컨트롤의 충복이었던 스마일리는 무늬만 은퇴지 거의 쫓겨난 거나 다름없는 상태. 하지만 레이콘과 장관에 의해 비밀임무를 부여받는다. 바로 정보부내의 이중첩자를 찾아내는 것인데, 뒷모습이 쓸쓸했던 중년의 아저씨, 스마일리. 배신자를 찾기 위한 그의 추적은 시작된다.

중간까지 읽으면서 펜과 메모지를 준비하지 않았던 게 많이 후회됐다. 여러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나중에 읽으면서는 막 헷갈렸다. 이 사람이 아까 카지노에 있던 사람이었나? 아니다.. 세차장에 있던 사람인가? 별로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 꽤 많다. 그래서 인물들이 헷갈려서 많이 힘들었다. 또 하나, 스파이 용어들 몇 개를 미리 외우고 책을 읽는다면 훨씬 내용이해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 몇챕터만 그냥 읽다가 포스트 잇에다 뒤에 해설로 나와있는 스파이용어 몇 개를 메모해서 작가 아저씨 사진 밑에 붙여놓고 참고하면서 읽으니깐 처음보다는 내용이해가 훨씬 잘됐었다.

박진감이나 스릴, 생동감 이런 거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직접 활동하는 그런 것보다는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미 문서화된 과거의기록들을 읽는 장면이 되게 많았기 때문에 (물론 그 내용들이 독자에게 전달이 된다)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차피 과거의 기록을 엿보는 거기 때문에 현재의 그 모습이 바뀔 리가 없으니 말이다. 사건을 추적하는 스마일리에게 닥칠 위험요소들도 별로 없었고 두꺼운 페이지가 사실 무겁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았다. 지루하다기 보다는 우선 인물들도 헷갈리고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기 때문인데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이중첩자를 찾는 거지만 중반까지 가면 어떤 사람이 그 인물일 것이다라는 게 짐작이 되는데 그게 그상태 그대로 진행이 된다^^;

스마일리라는 인물은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했지만 안정적인 결혼생활과는 좀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인물자체에 도덕적인 큰 결함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바깥일을 더 잘하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 같다. 멋진 외모와 카리스마를 가진 그런 인물은 아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하면서 자기할 일 다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봐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 강했고 강직하고 신의가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래서 특별히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그런 주인공이었다.

그래도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내가 처음 접해 본 스파이 소설이었고 전반적인 내용의 정적인 분위기들은 작가가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갔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은 나름 재미도 있었고 물론,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괜찮았던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열린책들에서 19권이나 되는 존 르카레 스파이 소설 전권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번역돼서 나오는 거 기다리면서 책 한권씩 모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다만 550페이지 조금 안되는 분량의 이 책. 약간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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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여름 * 에릭 오르세나

번역가 질은 한적하게 번역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던 중 B섬까지 오게 된다. 섬의 원주민들 보다는 휴가철에 몇달 들렀다가는 여름주민들이 더 많은 그 작은섬에 번역의 둥지를 틀게 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번역의뢰가 들어 온다. 롤리타를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 '에이다'가 그 주인공인데 우리의 예비노벨문학상 후보자께서는 자신의 작품에 너무 애착을 갖고 있는 나머지 번역되는 작품들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역자들을 괴롭히기로 소문이 나있는 상태.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질은 함께 동봉된 거액의 수표에 마음을 뺏겨 흥쾌히 수락한다. 굶고 있는 수십마리 고양이의 가장이기에.. 하지만 천성적으로 서두를 줄 모르는 질은 번역에 매달린지 3년 5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초안조차 끝내놓지 못한 상황. 기다림에 지친 출판사도 결국 독촉을 시작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섬의 주민들은 작은 힘이라도 질을 돕기 위해 아마추어 번역에 뛰어든다. 두 해 여름동안.

유쾌한 문장들로 가득찬 에세이집 같은 것 하나를 읽은 기분이다. 은유와 풍자가 가득한 구절들..극적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정말 섬사람들이 출판사 독촉에 시달리는 번역가를 돕기 위해 잊어버린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그를 도왔다니.. 그토록 열성을 다해 주민들을 이끈 화초를 키우던 여인이 생텍쥐페리의 증손녀였다니. 책의 저자인 에릭 또한 그 주민들 중 한사람 이었다고.

얼마전에 읽은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에도 아름다운 메타포들이 가득했는데 이 책도 그에 못지 않은 은유들로 가득하다. 차이가 있다면 '네루다~'는 좀 직설적이고 '두 해 여름'은 풍자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직업상 책들을 시간의 늪에서 건져 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시간, 아니 그보다 영원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그 영원이라고 하는 집에는 너무 많은 책들이 갇혀 있습니다. 위대한 소설을 향한 꿈, 완벽한 번역에 대한 동경, 요컨대 현실의 옷을 입지 않은 구상들은 그 집이 너무 편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우리는 바로 그 안락한 주거에서 그것들을 끌어내어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현실의 공간 속에.. 예를 들어 서점 진열대 같은 곳에 말입니다"
-번역을 독촉하러 온 출판사 직원의 말-


내 책꽂이에 꽂혀있는 절반 이상의 책들은 번역가들의 손을 거친 책들이다. 거의 대부분이 번역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안하게도 작가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책을 번역한 번역가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관심있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책의 초반에 번역은 나룻배를 부리는 뱃사공의 일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렇군, 뱃사공.. 나루를 건너기 위해 배에 올라탄 객은 노를 젓는 사공에겐 별다른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의 목적은 건너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찬찬히 노를 젓는 사공과 가벼운 대화라도 주거니 받거니하며 관심있게 보아준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 다만 너무 형편없고 성의 없는 노젓기로 길을 잘못들어 편안히 건너려는 객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 그 사공도 할말 다 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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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 * 마이클 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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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공부를 아주 많이한 일명 ‘먹물’로 불리는 지식인이다. 박학다식하고 머리도 자~알 돌아간다. 그런데 돈은 많은데 무식하게 보이는 사람의 집에서 그림 한 점을 보게된다. 아! 당신은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아주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당신이 발견한 것이다 >_< 하지만 저 무식하게 돈만 많은 사람은 그 그림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저 사람에게 사실을 말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저 사람을 속여서 그림을 당신이 세상에 공개를 하는 게 나을까?

철학과 미술을 연구하는 마틴 클레이는 관련 책을 쓰기 위해 가족과 함께 런던 외곽의 한적한 시골 별장으로 떠난다. 도착한 날 이웃에 사는 소문난 부자인 토니 처트의 집에 초대 되고 그곳에서 플랑드르미술의 유명화가 피터 브뢰겔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그림 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밖에 없다라는 말이 있다. 바꿔말하면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다라는 뜻이 된다. 왜? 속마음을 좀처럼 알 수 없으니까. 관심법? 독심술? 우유에 밥이나 말아 먹으라지^^; 나는 안 믿는다. 아마 그런 게 가능하다면 속마음이 아니라 상황을 읽는 거겠지. 또 하나 있다. 앞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계획한대로 일이 잘 풀리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잖아.

배웠다고, 나보다 좀 못 배우고 욕심쟁이인 사람은 속여도 양심의 가책은 면제가 되는 건가? 누가그래!! 때로는 단순한 게 편할 때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아는 만큼 걱정도 많이 된다.

주인공 마틴 클레이는 너무 완벽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게다가 토니의 그림을 빼앗는 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자기 합리화에 너무 열심히였고 자기만의 세계에 너무 빠져있는 나머지 주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머리 속으로 생각은 열심히 하지만 현실은 자꾸 꼬이기만 한다.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들을 잘 수습했지만 조금씩 곪아버린 사기의 흔적들은 마지막까지 그에게 혼란과 두려움을 안겨 준다.

번역하신 분은 이 책을 [먹물다운 헛물켜기]에 관한 책이라고 옮긴이의 말에 적었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우리의 주인공, 너무 많이 알고있어서 불쌍하기도 했고 한심하기도 했다. 마틴 클레이같은 인물은 우리 주위에 너무너무 많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사람들.. 똑똑한 머리가 아까운 사람들 말이다.

먼나라 이웃나라(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의 역사가 자주 언급이 돼서 그쪽으로는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관계로 책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너무 많이 등장하여 혼란을 주는 낯선 역사속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 그림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관련 삽화가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갈보리 언덕으로 가는 길


곡물 수확


농민의 결혼식


눈 속의 사냥꾼들


바벨탑


사울의 개종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


어두운 날


이카로스가 추락하는 풍경


죽음의 승리

그림출처: http://www.khm.at
http://www.ibiblio.org/wm/paint/auth/brue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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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 폴 오스터

M.S 포그가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었다. 그는 그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두 사람을 만나야만하는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토마스 에핑과 솔로몬 바버, 그 둘과 M.S 포그는 언젠가 꼭 만나야할 운명의 끈으로 묶여있었다.

폴 오스터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어본 ‘달의 궁전’은 읽기 전의 그 설레임만큼 읽고 나서도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이제서야 그의 작품을 읽기시작했다는 게 좀 늦은감이 있지만 첫만남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 소설에서 달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어떤 것일지 많이 궁금했었다.

'태양은 과거이고, 지구은 현재이고 달은 미래이다.' 아마 난 이 구절을 결코 잊지않을 것이다. 작품에 드러나는 달의 의미를 모호하면서도 멋지게 표현한 이 글귀를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하고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젊은 시절을 보낸 이 세사람의 일생은 포그라는 인물을 통해 작품에 드러나는데, 그 세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자신들을 고의적으로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닮아있고 그 셋이 운명의 끈으로 묶여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젊은시절을 보내게 된다. 여기서 책의 내용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면 책을 앞으로 읽을 그 누군가에게 아주 큰 실례가 될 것이다. 내가 언급하고 싶어도 망설여지는 그 내용은 책을 통해 알게되야 이 책을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는 인물들을 눈여겨봐야 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좀 지루한 느낌을 받았던 건 고백해야겠다. 우선 포그라는 인물이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극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껴서 포그라는 인물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곱게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했던 건 그런 모습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두 인물의 삶은 또 얼마나 엉망진창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포그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사실 가장 흥미진진한 인생을 산 사람은 책의 중간에 등장하는 에핑인데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 달이 우리의 인생과 닮은 점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달이 갖고 있는 그 변화무쌍한 모습이 종잡을 수 없이 늘 달라지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두웠다 중간이었다 아주 밝았다 다시 어두워지는 그 모습이 힘들다가 그저 살만하다가 즐겁다가 다시 지루해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지않았나?

나는 마지막 남은 석양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이나 그 해변에 서 있었다. –중략- 내가 해안의 굴곡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한 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다음에는 언덕 뒤에서 달이 떠올랐다. 달아오른 돌처럼 노란 둥근 보름달이었다. 나는 그 달이 어둠 속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눈 한번 떼지 않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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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나도 조르바같은 사람을 만나봤으면..


자칭 늙은 건달 조르바와 화자인 '나'는 항구도시 '피라에우스'에서 처음 만난다. 그리고 조르바와 '나'는 함께 크레타섬으로 간다. '나'는 책벌레이다. 그런 그에게 조르바는 책같은 건 태워버리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인생의 진리를 알 수 없노라고 조르바는 말한다. '나'는 조르바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와 헤어지고 그를 잊지않기 위해 그를 만나 겪은 이야기를 글로 쓴다. 그 책이 바로 '그리스 인 조르바'였던 것이다.

조르바는 자유롭다. 그는 입만 열면 자유를 말한다. 조르바는 과거나 미래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오늘만을 생각한다. 그게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만나는 여자마다 사랑에 빠지고 열정적으로 그녀들과 사랑을 나눴던 조르바, 그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을 나는 이때껏 만나보지 못했으며.. 불행한 예감이지만 앞으로도 만나보기 힘들 거 같다. 여자의 눈물을 견딜 수 없어하는, 여자를 혼자 놔두는 건 사내가 할 짓이 아니라고 믿는 미워할 수 없는 늙은 건달! 조르바^^

낙천적인 국민성으로 유명한, 신들의 나라 그리스, 그 그리스를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조르바란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책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자유를 노래한다. 내가 책을 읽으며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조르바의 독특한 '눈'때문이다. 그는 인생을 논하건 사물을 보건 그만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온갖 현학적인 수식어로 포장하지 않은, '나'에게 들려주는 '조르바'만의 진리에 반하고 말았다.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알렉시스야, 내 너에게 비밀을 하나 일러 주마. 지금은 너무 어려 무슨 뜻인지 모를테지만 자라면 알게 될 것이야. 잘 들어 둬라, 애야. 천당의 일곱품계도 이 땅의 일곱 품계도 하느님을 품기엔 넉넉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가슴은 하느님을 품기에 넉넉하지. 그러니 알렉시스야, 조심하거라. 내 너를 축복해서 말하거니와,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내면 못쓰느니라.」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마음에 와닿는 글이 많았는데, 따로 표시를 안해놔서 안타깝다. 다음에 다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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