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말로'에 해당되는 글 3건
- 2008/12/05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 2007/01/08 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2)
- 2006/07/26 안녕 내 사랑 * 레이먼드 챈들러 (2)
-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하라 료
- Book
- 2008/12/05 08:33
-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레이먼드 챈들러, 필립 말로, 하라 료
'사와자키'라는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읽으면 잠시 잊고 있었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가 오버랩 된다. 오마쥬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와자키는 필립 말로와 많은 점이 흡사하다. 비단 캐릭터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사와자키와 주변 인맥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말로가 LA의 경찰들과 평소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중요한 순간 공조의 앙상블을 이루는 것처럼 사와자키와 경찰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둘중 누가 더 좋으냐는 1차원적인 질문을 받는다면 나에게는 역시 우리 '필립'이다. 필립의 가오와 후까시가 나는 더 좋다. 사와자키는... 뭐랄까. 왠지 담배쩐내만 독하게 날 것 같은 후줄근한 이미지가 풍긴단말이지. 나는 좀더 세련되고 미남인 필립쪽이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탐정소설의 정형을 충실하게 따르는 소설이다. 혼자 일하는 자아가 강한 탐정에게 실종사건을 의뢰하는 의뢰인이 찾아온다. 하지만 의심많은 탐정은 왜 많고 많은 탐정들 중에 자신에게 의뢰를 하려는지부터 의심한다. 워낙에 사연 많은 탐정이라 의뢰가 들어오는 것부터가 의심스러운 일. 결국 이런저런 사연에 의해 사건을 맡게 된다.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달콤한 유혹과 아찔한 협박도 받지만 의리의 탐정은 절대로 의뢰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본인이 몸으로 때우는 한이 있더라도. 거의 막바지에 가서야 사건을 해결하며 썰을 풀어놓는다는 공식. 이 소설은 그런 공식에 입각해서 말한다면 기본문제의 풀이에 충실한 기본유제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인에게 무심하며 근거 없는 의심이 넘치는 각박한 세상에 무엇하나 매정하게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탐정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건이 해결된 뒤에는 모두가 즐거움과 안정을 찾은 가운데 혼자만 외로움을 곱씹는 사람들이고 외로움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연극이 끝난 뒤, 무대에 홀로 남아 독한 알코올에 의지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 하지만 그런 분위기 때문에라도 그들을 따르는 팬이 있고 그들의 활약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본다. 타인의 밝음을 위해 스스로는 어두운 밤을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이니까.
- 기나긴 이별 * 레이먼드 챈들러
- Book
- 2007/01/08 00:23
-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필립 말로
'기나긴 이별'은 필립 말로 시리즈로 번역된 작품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거나 필립 말로의 신변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제 마흔이 넘은 필립 말로는 여전히 독신이고 혼자 외진 주택가에서 생활하며 식사는 주로 밖에서 해결하고 저녁에 일이 끝나면 바에 들러 혼자 김릿을 마신다. 겉모습은 외롭지만 필립 말로는 쓸쓸해 하지 않는다. 특별히 자주 만나는 사람도 없고 늘 혼자이지만 그는 현재에 만족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자유롭고 망설이지 않는, 그런 필립 말로가 좋다. 이 시리즈를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던 건 그런 필립 말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말빨도 마음에 들고 솔직하면서도 냉소적인, 그렇지만 결국엔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그가 좋다.
'기나긴 이별'에서 활약하는 필립 말로는 의리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그가 보여준 모든 행동의 이유는 살인 누명을 쓰고 자살한 테리 레녹스의 억울함을 푸는 데 있었다. 테리와는 잠깐 만난 사이인데 그가 보여준 테리 레녹스에 대한 의리는 필립 말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필립 말로 사전에 억울함이란 있을 수 없다. 개운하지 못하게 일이 대충 마무리되는 걸 참지 못하는 필립 말로, 결국 주변의 협박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을 깨끗하게 마무리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는 내용이 박진감이 느껴진다거나 치밀한 짜임새를 보여주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 시리즈의 매력을 어디서 꼽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용보다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꼽고 싶다. 필립 말로도 고독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나머지 등장인물들도 외로운 사람들이다. 부자이지만 사람과의 진정한 정을 나누지 않는 경계적인 인물들이다. 부부이지만 사랑이 깊지 않은 부부들도 등장하고,(←필립 말로와 만나게 된 부부들은 주로 헤어지거나 한쪽이 먼저 죽는다.^^;) 뭐하나 빠질 것 없는 배경을 갖었지만 혼자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 필립 말로도 고독하지만 그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쓸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점이 이 소설 특유의 하드보일드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소설은 아름답고 따뜻한 내용은 아니다. 배신과 음모, 협박과 폭력이 등장하는 어두운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게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냉소적이면서 음울함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까? 또한 고독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씁쓸한 인간의 어두운 단면들을 보면서 信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협박과 배신에 굴하지 않는 필립 말로의 멋진 활약을 볼 수 있다.
- 안녕 내 사랑 * 레이먼드 챈들러
- Book
- 2006/07/26 17:26
-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필립 말로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주인공 필립 말로에 있지 않을까? 나는 그가 정말 마음에 든다. 시니컬한 태도, 건방지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그의 갈구는 말빨은 한싸가지(^^;)하는 나에게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정사정 봐주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는 못 베길 것 같다. 겉으로는 미인에게 강하지만 속으로는 꿍꿍한 생각을 하는 그의 검은 흑심마저 귀엽게 느껴질 정도니 나는 필립 말로에게 정말 콩깍지가 씌였나보다.
이번에 전집 6권중 앞서 읽은 2권 빼고 4권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2권은 나중에 구입할 예정) 출간 순서대로 읽을 예정이라 이번에 읽은 건 ‘안녕 내 사랑’이다. 아직 필립 말로를 만나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약간의 캐릭터 설명을 보태자면 그의 직업은 탐정이다. 그가 살고 있는 시대적인 배경은 1940년대, LA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할리우드가 언급되고 스타일은 하드보일드하다. 냉혹한 탐정의 세계보다는 현란한 조명으로 살짝 가려진 화려한 무대 뒤의 어두운 모습이 주된 소재이다.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회려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깔끔해 보이지만 실상은 범죄에 찌든.. 책에는 그런 모습들이 나온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인물들간의 관계가 다소 복잡하게 그려진다.(라는 표현이 맞을까 아님 등장하는 인물이 많았다 가 맞을까.--a 가물..) 때문에 이름들이 헷갈려서 초반에는 어질어질 했다. 하지만 점차 인물들이 안정적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필립 말로의 활약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몸으로 많이 떼우는 편이다. 마약주사 좀 맞아주시고 인디언 건달(?)한테 목도 졸려주시고 육체적인 고생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특유의 빈정거림은 잃지 않은 매력적인 탐정모습 그대로다.
1인칭주인공시점이기 때문에 상황을 바라보는 필립 말로의 시선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냉소적인 태도 안에 인간적인 따스함이 배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비록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지만 악한 이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이 시리즈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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